적「어서오세요」
「다른 사람들은?」
적「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적「안쪽으로 들어오세요」
먹「그럼, 실례」


한시간 후

「솔직히 말해라, 아카시」
적「?」
먹「다른 사람들 안 불렀지」
적「그럴리가요」
적「모두 초대했는걸요」
적「그 분들이 안 오겠다고 했을 뿐」
먹「」
먹「네가 이러는데 오겠다고 하는 간 큰 놈이 어딨겠냐」
먹「그럼 너랑 나 뿐인거야?」
적「그런 셈이네요」
먹「」
먹「나 갈게」

「이 시간 이후로 이 섬 밖을 나가는 배는 없습니다」
먹「」
먹「너 일부러 그랬냐」
적「」
적「…죄송해요」
먹「…그런 표정 지을 건 또 뭐야」
먹「그냥… 읽다 만 책 뒷내용이 궁금해서 그런 것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적「그 책이라면 여기에도 있습니다」
먹「」
적「?」
먹「…됐다」
먹「내가 무슨 말을 더 해」



*



「배고프지 않으세요?」
먹「슬슬 출출하네. 뭐 먹을거라도 있어?」
적「」
적「사실 그 건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먹「뭔데?」
적「제가 대접하고 싶어서 도와주시는 분들 오늘 다 쉬게 했는데」
적「보시다시피」
적「손이」
먹「대체 뭐하다가 이렇게 다쳤어?」
먹「뭐 손을 잘라서 넣기라도 한거냐」
적「그렇게 하면 좀 더 맛있을까 해서」
먹「」

먹「됐어. 내가 할게.」

적「...」

「다쳐, 저리 가」
적「뭐 도와드릴거라도?」
먹「그냥 가만히 앉아있는게 도와주는거야」
적「…꼭 어머니처럼 말씀하시네요」
먹「아, 그러냐」
적「돌아가신지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먹「」
적「」
먹「」
적「?」
먹「…뭐 먹고 싶은 건 없고?」
적「있긴 한데요, 선배는 아마 못 만들거에요」
먹「내가 이래봬도 요리 꽤 하는」
적「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크림수프요」
먹「」



*



「대접은 제가 해드려야하는데, 감사합니다」
먹「뭐, 별로 한 건 없지만 많이 먹어」
적「와, 정말 근사하네요」
먹「영혼을 담아서 얘기해줄래?」
적「정말이지 이런 모양의 오믈렛과 이런 색깔의 토스트는 처음 봐요」
먹「」
적「이걸 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먹「」
적「어쨌든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먹「」

적「신기하게 맛은 있네요」
먹「그치?」
적「맛이라는 게 아예 없을 것 처럼 생겼었는데」
먹「」
적「나름 먹을만 해요」
먹「칭찬이냐?」
적「…당연하죠」
먹「뜸들이지 말고」
적「」
적「먹을만 해요」
먹「」


적「정리는 제가 할게요」
먹「그냥 둬, 상처 덧난다」
적「그래도…」
먹「나중에 두 배로 돌려받을테니까 걱정 말고」
적「」
적「」
먹「도와줄 거 없다니까, 아카시.」
적「…네.」



*



「뭐해?」
적「디저트 준비하고 있어요」
먹「하여간 한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하지?」
적「」
적「이 정도는 대접하게 해주세요」
적「간단한 거라서 금방 끝나요」
먹「…뭐 만드는중인데?」
적「딸기요거트무스랑 밀크티요」
먹「」

「전혀 간단하지 않은데」
먹「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적「괜찮아요」
적「라고 말하고 싶은데 역시 손이 말썽이라. 저 쪽에 있는 우유 좀 갖다주세요」
먹「…자, 여기」
적「감사합니다」
먹「」
먹「」
먹「…그렇게 해서 되겠냐, 잠깐 기다려봐」
적「」
먹「손도 불편하다면서 하여간 고집은 있어가지고.」


적「」
적「」
적「저기, 마유즈ㅁ」
먹「아까부터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먹「그래서 그렇게 얼쩡거렸던 거 아냐?」
적「」
먹「애니메이션에선 이런 걸 소위 클리셰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내가 너를 뒤에서 끌어안고 같이 반죽을 섞고 있는 거라던가.」
적「」
먹「너무 정곡을 찔렀나」

「하여간 넌 너무 요령이 없어.」
적「」
먹「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들어오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먹「계속 신경쓰이게나 하고」
먹「내가 눈치 못 채게나 하던지, 나는 이런 쪽에 있어선 이미 만렙이라고.」
먹「라노베로 다져진 내공이 얼만데.」
적「」

적「...」

먹「너 원래 이랬었냐?」
먹「예전엔 무지 살벌했던 것 같은데」
적「」
먹「이젠 풀죽으면 풀죽었다고 얼굴에 티도 다 나고.」
적「」
먹「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먹「지금도 겨우 참고 있는데.」
적「」
적「?」
먹「적당히 귀여워야지 뭐 두고 보던가 하지.」
적「」
먹「애초에 이럴 거 알면서 제 발로 걸어들어온 내가 바보다」


먹「좀 봐줘, 아카시」
적「」
먹「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적「뭐가 말입니까?」
먹「난 성인이지만, 넌 아직 학생이잖아」
적「그래봤자 1년 남았습니다만」
먹「」
적「뭐, 기다려달라고 하시니 기다려드릴게요」
먹「…잠깐, 뭔가 바뀌지 않았어?」
적「뭐가요?」
먹「」
먹「…아무것도 아냐」
적「대신 그 동안 참기 힘드실 것 같아서 선물 하나 드리고 싶은데」
먹「뭔데?」
「(쪽)」
먹「」
「!」
「…그럼 하던 거 마저 할까요?」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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