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황「누구…세요…」
황「…아카싯치?」
「달칵」
황「」
적「좋은 아침이야, 키세」
적「키세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네」
황「…아카싯치가 왜 여기 있슴까?」
적「연락을 하나도 안 받길래」
적「죽었나 해서 와봤어」
황「」
적「…나 좀 들어가도 될까?」
*
황「…아」
황「와 준건 고맙슴다 아카싯치」
황「미안하지만」
황「앞으로 연락은 잘 받을테니까 오늘은 돌아가주시겠슴까?」
적「」
적「다음에 오면 들여보내주는거야?」
황「」
황「다음에 또 오려고요?」
적「오늘은 돌아가달라길래」
황「아카싯치 답지 않은 말장난이네요」
적「오늘은 키세도 키세답지 않은걸」
황「」
황「…오늘 돌아가라고 해도」
황「계속 문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사람 신경쓰이게 할 거죠?」
적「아니」
황「」
적「그건 아닌데, 난 오늘 키세의 집에 들어갈거야」
황「」
황「…알겠슴다. 그럼 5분만 기다려주세요」
적「뭐 부서지는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황「기분탓임다」 적「저기 보이는 저건…」 황「」 황「원래 부서져있던 거예요」 적「」 황「진짜임다!」 적「」
*
적「좋은 집에 사네, 키세」
황「별로 아카싯치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슴다」
적「나, 지금은 쫓겨나서 예전같이 살지는 못 해」
황「에? 쫓겨났슴까?」
적「…뭐, 아무튼 그래서 오피스텔 한 채랑 별장 한 개가 전부야 지금은」
황「」
황「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적「아까 말했잖아, 키세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황「」
황「아카싯치, 농담에는 소질 없는 거 암까?」
적「농담 아니야」
황「」
적「오히려 열받았다고 해야하나」
황「」
적「재능을 높이 사서 원래 쓰던 레귤러도 내보내고 주전 자리에 올려줬더니」
적「갑자기 연락도 끊고 연습도 안 나오는 건방진 부원이 있네?」
황「」
적「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 거 같아, 료타?」
황「」
황「…아…아카싯치!」
적「더 좋은 방안을 내놓으면 그대로 실행하도록 하지, 료타」
황「」
황「」 적「」 황「」 적「…농담이야」 황「」 적「내가 좀 심했나?」 황「」 적「키세?」 황「솔직히 말해도 됨까?」 적「뭘?」 황「저 오늘 생을 마감하는 줄 알았슴다」 적「」 적「아무리 그래도 나 사람 해치는 취미는 없어」 황「(가위)」 황「(가위빵)」 황「」 적「?」 황「아… 아무것도 아님다」
적「아침은 먹었어?」 황「아직이요. 별로 생각도 없슴다」 적「프로는 아니라고 해도, 선수가 끼니를 거르면 안되지」 황「」 적「몇 일 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적「애써 만들어 놓은 근육 다 빠졌겠네」 적「그래서 아오미네는 언제 이기려고 그래?」 황「!」 황「」 황「와, 아카싯치 너무함다. 사람의 컴플렉스를 그렇게 건드려도 되는검까?」 적「충격요법으로 쓰긴 한 건데」 적「전혀 안 먹혔단 표정으로 그런 말 해도 소용 없어」 황「…하하, 눈치 하난 굉장하네요」 적「아침은 차려줄게.」 황「?」 적「독약같은 건 안 넣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황「」
*
황「…잘 먹었슴다. 맛있었어요.」 적「굳이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적「맛이 없을 리가 없으니까」 황「」 황「그래도 여러모로 황송하네요」 황「아카싯치가 직접 찾아와서 밥도 해 주고」 황「이제 진짜 용건을 말해도 되지 않슴까?」 적「용건?」 황「고맙긴 해도」 황「마냥 편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서요」 적「」 황「농구부에서 나가달라는 얘길 하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황「연락도 이제부터 받겠다고 말했으니까,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돌아가줬으면 좋겠슴다」 황「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슴까?」
적「울지 마」 황「」 황「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검까 아카싯치」 적「너 계속 괜찮은 척 하지만 다 알고 있었어」 적「네가 그 일로 힘들어 하는 거」 황「」 황「…어떻게…」 적「쫓겨났다고는 해도」 적「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게 있으니까」 적「네가 굳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아보여서」 적「나도 가만히 있었을 뿐」 황「」 적「위태롭다 싶더니 조짐이 보이길래 와 봤어」 적「역시나 이런 꼴을 하고 있네」 황「」 황「…그래서… 비웃으러 왔어요?」
황「내 꼴이 우스웠겠네요」 적「」 황「어설픈 위로는 필요없슴다」 황「사실 그게 더… 사람을 미치게 하거든요」 황「나는 널 믿었다느니 그런 말도」 황「아카싯치라도 어떻게 할지 모름다」 황「혹시 그러려는 생각이었다면 그냥 돌아가는 편이 좋겠네요」 적「나는 그런 말 하나도 안 했어」 황「」 적「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적「굳이 네가 하지도 않은 일에 상처받지 말라는 얘길 해주고 싶었어」
적「내가 당장 널 믿는다고 말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적「네 말대로 허울 좋은 말일 뿐이야」 적「아니면 그냥 막연히 모두 다 잘 될 거라고 말한다고 해도」 적「그건 그냥 말일 뿐이지」 황「」 적「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란게 이것 뿐이야」 황「」 적「나는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적「그것 때문에 상처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적「그리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듯이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적「웃지 않는 네 얼굴은 너 같지 않아」 적「신경이 쓰이니까」
황「…그런…가요?」
황「…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아카싯치는 처음 보네요」
적「나도 놀라는 중이야」
적「여러모로 재주가 있네, 키세」
황「아카싯치…」
적「…울지 말라고 했잖아」
적「울지 마, 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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