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던 날


Kise Ryouta x Akashi Seijuro




「아카싯치! 저 고민이 있슴다」
적「그거 의외네」
황「」
적「들어달라는 소리였어?」
황「너무함다」
적「미안. 무슨 고민인데?」
황「연애상담임다!」
적「」


적「그거야말로 왜 나한테 묻는지 모르겠는데」
황「아뇨. 아카싯치가 딱 좋슴다」
적「…그래, 어디 얘기나 해 봐」
적「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 때문에 고민이에요 같은 뻔한 말 빼고 요지만」
황「아카싯치 왠지 신경이 날카로워 진 것 같슴다 ㅠㅁㅠ」
적「그럴리가」
적「전혀 아니야」
황「」

「...어쨌든 요지는 이검다. 고백을 하려고 해요」
적「」
황「근데 제가 좋단 사람은 늘 저를 차버려서 말임다 ㅠㅁㅠ」
황「스타일도 이정도면 괜찮고,」
적「?」
황「선물도 센스있게 준비했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슴다」
적「지금까지 말한 것 중엔 도저히 문제점을 못 찾겠어?」
황「네」
적「」
황「아무래도 고백할 때 멘트가 이상한가봄다 ㅠㅁㅠ」
적「」

「그래서 멘트는 뭐라고 준비했는데?」

황「뭐라고 준비했냐면요, 지금부터 잘 들으십쇼 아카싯치」
적「…그래」

황「우와, 오늘도 진짜 예쁘네요」
황「오랫동안 좋아해왔슴다」
황「사실… 첫 눈에 반했어요」
황「맨날 옆에서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고 얼쩡거렸는데」
황「역시 이런 쪽엔 눈치가 꽝이네요」
황「솔직히 나 잘생겼고, 똑똑하고, 농구도 잘하고, 모델 쪽으로도 잘 나간다구요?」

적「」

황「아카싯치 눈에는 성이 안 차겠지만」 적「?」 황「세상에 이만큼 멋있는 사람 중에 아카싯치를 나만큼 좋아해 줄 사람은 없을검다」 적「…키세?」 황「물론 아카싯치가 더 멋있어요」 황「그러니까 나를 좋아해주세요」 황「이렇게까지 말해도 못 알아듣진 않겠죠」 황「나 참, 세상에 내가 아카싯치 좋아하는 거 모르는 건 아카싯치 뿐일검다」 적「」 황「우리, 제대로 만나보지 않을래요?」



적「솔직히 대답해도 돼?」
「네?」
적「대답 바란 거 아니었어?」
황「그, 그, 그렇죠」
적「솔직히 멘트 구려」
황「」
적「왜 맨날 차인다고 하는지 알 것 같네」
황「」
황「ㅠㅁㅠ」
황「아카싯치…」
적「아마 조금만 더 일찍 말했으면 안 받아 줬을거야」
황「네?」
적「다른 건 모르겠지만 타이밍 하나는 최고였어, 키세」
적「나는 이미 너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황「」

황「ㅠㅁㅠ」

「고백받은 건 난데 왜 네가 울어」
황「너무 감격적임다 ㅠㅁㅠ」
황「솔직히 엄청 떨려 죽는 줄 알았슴다 거의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ㅠㅁㅠ」
적「내가 널 좋아하는 거, 너 빼고 다 알았을걸」
황「」
황「우아아앙 아카싯치 ㅠㅁㅠ」
적「」
황「제가 진짜 행복하게 해줄검다 ㅠㅁㅠ」
적「…그래」
적「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키세, 근데」
황「료타」
적「…료타」
황「(순진)
적「」
황「할 말 있어요? (순진)
적「…아냐 아무것도」
적 (예전보다 더 강아지같네, 기분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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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다 불러 모은거구?"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무라사키바라는 추운 날씨에 일부러 나오게 만들었단 사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쿠로코는 이럴 때에 그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 카페, 마카롱이 진짜 맛있는 건 알고 있나요?"
"뭐? 진짜? 나 먹을래!" 
"이미 시켜뒀어요."
"좋아. 이번은 봐줄게 쿠로칭."


미도리마는 둘 하는 양을 가만히 쳐다보곤 고개를 저었다. 늘 있는 대화긴 했지만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그만 애처럼 굴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소용 없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미도리마는 고개를 돌려 아카시를 쳐다보았다. 평소였으면 한 마디 거들었을 아카시였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말이 별로 없었다. 미도리마는 아카시에게 말을 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어차피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질 사람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무슨 일로 우릴 다 불렀냐는 것이다."


쿠로코는 제 몫으로 나온 마카롱을 무라사키바라에게 밀어주고 있었다. 미도리마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던 쿠로코는 아카시를 슬쩍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질질 끄는 것은 저도 싫으니까 본론만 얘기해도 되겠죠."
"뭔데?"
"미도리마군과 무라사키바라군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괜찮나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순간적으로 미도리마는 아카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음을 직감했다. 미도리마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라사키바라가 먼저 쿠로코에게 대답했다.


"난 싫구."
"왜요?"
"싫어. 좋은 이야기도 아니구. 그리고 나 이상하게 나올 것 같단 말이야."


본인이 이상한 것 쯤은 알고 있긴 한가. 미도리마는 이 말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


"아카시는?"


모두의 시선이 아카시에게 집중되었다. 아카시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아카시의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겨져서 좋을 얘기도 아니었고, 미화되어 보여질 얘긴 더욱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미도리마는 침묵을 지키는 아카시를 보며 미도리마는 앞으로도 아카시가 어떤 이유에서든 이 일을 허락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카시는, 아직도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아카시가 그렇게 티를 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미도리마는 알았다. 어떤 상처를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사람들은 반대로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나 아카시처럼 결벽적으로 괜찮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더 미심쩍게 봐야하는 것이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털어놔주길 바라는 심정도 없지 않았다. 어쩌면 미도리마가 눈치챘다는 것을 아카시가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미도리마는 그게 아카시 답다고 생각했다. 옳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스럽다는 의미로써. 아카시는 누구에게도 기대려고 하지 않았다. 


"미도리마군, 아카시군을 관찰하고 있는 겁니까?"


쿠로코의 목소리가 상념에 잠긴 미도리마를 깨웠다. 아카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맞았지만, 정말로 아카시를 쳐다보고 있었는 줄은 몰랐다. 쿠로코는 놀란 표정의 미도리마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제가 알려준 비법은 좀 쓸만한가요?"


쿠로코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에 미도리마도 잠시 아카시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로코는 얼마 전 미도리마에게 '인간 관찰'에 대해 알려준 적이 있었다. 어째서 이것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서류상에 기재된 것 말고,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는 건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미도리마는 올해로써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지 꼭 3년 째가 되었다. 정작 미도리마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새롭게 농구부도 맡게 되었다고 해서 모두 축하해 주기도 했었다. 미도리마는 얼마간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처음보다는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좀 더 아이들을 유심히 보게 되고, 관심이 더 가게 되는 아이들도 있고."


미도리마의 대답을 듣던 무라사키바라가 말했다.


"그 중에 타카칭도 있구?"

갑자기 말이 없어진 미도리마에 이번엔 쿠로코가 주의를 주었다. 무라사키바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다시 마카롱을 먹기 시작했고, 미도리마는 미동이 없는 휴대전화를 쳐다보았다. 한 번 본 적도 없으면서 언제 애칭까지 만들어 붙였냐는 둘째치고 (물론 저를 놀리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미도리마는 하루 종일 잊고 있던 불안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는 것이 굉장히 언짢았다. 딱히 연락이 오길 기다렸던 것도 아닌데 왜 불안한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데서 밀려오는 불쾌함. 미도리마는 다분히 일부러 그런 것으로 보이는 무라사키바라에게 똑같이 한 방 먹여주려고 했다.

"생각해봤는데, 나는 상관 없을 것 같아. 내 이야기를 써도 좋아, 쿠로코."


시선이 일제히 아카시에게 집중되었다. 아카시는 생각을 모두 마친 듯 깔끔한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다만 나 혼자의 이야기가 아닌만큼, 그 사람에게도 허락을 구하는 게 좋겠어."


차분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카시의 말을 듣던 쿠로코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작품이니까 제가 다녀오는 게... 쿠로코의 말을 채 듣지도 않은 아카시가 대답했다.


"내가 할게. 어차피 매일 보는데 뭐."


쿠로코는 더 말하지 않고 아카시의 말에 수긍했다. 미도리마는 모든 걸 감추고 있던 아카시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일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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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이란 명분 아래 만남을 이어간 지도 어언 십 년이 되었다. 

쿠로코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따듯한 라떼를 홀짝였다. 기다리고 있으면 올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노트와 연필을 들고 무언갈 써내려가던 쿠로코는 누군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붉은 색 목도리를 코 끝까지 두르고 막 접은 우산을 털고 있는 아카시였다.


"일찍 왔네."


아카시가 쿠로코 맞은 편에 앉으며 말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자기 몫의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보고 쿠로코는 쓰고 있던 노트를 덮어 옆자리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하네요, 아카시군."
"달라질 일이 없으니까."


산뜻하게 나오는 목소리에 쿠로코는 입을 다물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정적이 흐르고 있었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아카시도 말 없이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다 이내 쿠로코 옆에 놓인 노트에 시선이 닿았다. 쿠로코는 노트를 집어들며 말했다.


"새 작품을 구상 중에 있어요. 이번엔 조금 잔잔한 분위기로 써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응. 잘 어울릴 것 같네."
"사실 아카시군에게 허락 받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쿠로코는 대체로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아카시는 지금 쿠로코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충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감이 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들어봐야 알 것 같아서 아카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시군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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