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때가 아니었다. 지금 도망가면 전부 없었던 걸로 돼버린다.]



"왕자님은 먼저 가십시오. 금방 따라서 가겠습니다."


절대 안 된다고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것을 겨우 진정시켰다. 카게야마는 자신의 눈 앞에 수두룩히 깔려있는 자객 무리를 한 번 보았고, 자신의 등 뒤로 몸을 숨겨 자리를 피하는 우시지마를 떠올렸다. 같이 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너를 혼자 두고는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우시지마도 좋았지만, 쫓기는 왕자를 막아서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할 사람은 날 때부터 그의 그림자로 길러진 자신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자신의 실력을 한 치 부끄럼 없이 믿고 있었지만, 상대가 쪽수로 밀어붙이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벌써 몇 번을 베이고 긁혔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우시지마의 목숨은 자신의 목숨에 우선했다. 
아직은 좀 더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까 우시지마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봐 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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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처럼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아서 지니가는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 카게야마.... 토비오... 환자... 어디... 제대로 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차트를 뒤적이더니 방금 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며 병실 번호를 알려주었다. 오이카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상구를 찾아 달렸다.

한참을 또 넋을 놓고 찾아다녔다. 마침내 한 병실 앞에서 그리운 이름을 찾았을 땐 거의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을 뻔 했다. 아까는 그렇게도 얼굴을 당장 봐야겠다 싶더니, 지금은 들어갈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어쩌면, 그럴 염치가 없는지도 몰랐다.


오이카와상, 저 얼마 전부터... 잠을 잘 못 자요.


파리한 안색으로 애써 미소지으며 말하던 카게야마가 떠올랐다. 카게야마의 불면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다정한 포옹과 달콤한 입맞춤. 공주님도 아니면서 치료약은 지독히도 로맨틱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그 약을 카게야마에게 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이카와만이 줄 수 있었고, 자신만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두 눈을 마주볼 자신이 없어 시선을 피한 채 얼버무리듯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하고 대충 대답했던 것 같다.
치미는 기억을 애써 삼키고 발걸음을 옮겼다. 적막이 흐르는 병실 안에 하얀 이불을 곱게 덮고 누운 카게야마의 얼굴이 보였다. 


불면증이라고 했잖아. 순 거짓말쟁이. 그 때 못 잔 것 만큼 지금 자고 있는거지? 왕자님이 키스해주면 마법처럼 눈을 떠 줄거지? 일어날 거지...? 


닫힌 두 눈과 잠긴 입술은 대답이 없었다. 소름끼치는 정적이 싫어 오이카와는 울음으로 빈 소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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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 어디까지나 오이카와상을 훌륭한 세터로써...
훌륭한 세터어? 설마 그게 전부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토비오쨩, 이 오이카와상의 눈을 속이려면 한참은 멀었다구. 토비오쨩은 오이카와상을 쳐다볼 때 눈빛 부터가 다른데.
....어떻게 다릅니까?
이를테면 '우와 진짜 멋있어서 눈이 다 부신 것 같아' 라거나
세터인 오이카와상은 멋있습니다.
....말 다 안 끝났거든? 혹은 '우와 어떻게 저렇게 다정하고 상냥하지? 오이카와상 정말 좋아!' 라거나...
아닙니다.
(울컥) 아닌데? 아닌데? 토비오쨩 지금 너무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있는 거 알아? 하나도 자연스럽지가 않다구! 이제 그만 인정하시지. 그러면 오이카와상이 토비오쨩의 정성을 봐서라도 고백이든 뭐든 다 받아줄테니까.
뭘 인정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오이카와상이 멋있다는 것도, 최고의 세터라는 것도 모두 인정했는데요.
가장 중요한게 빠졌잖아!
서브 실력...?
그건 당연한거고! ....안되겠다. 토비오쨩은 바보니까 힌트를 조금 더 줘야겠네.
바보 아닙니다!
바보 맞아. 바보 토비오쨩은 지금 손에 뭘 들고 있어요?
우유빵입니다.
정답. 바보 토비오쨩은 손에 우유빵을 들고 왜 오이카와상을 찾아왔어요?
오이카와상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잘하네. 그럼 바보 토비오쨩은 왜 하필 우유빵을 오이카와상한테 주려고 했지요?
그건 오이카와상이 우유빵을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참 잘했어요. 그럼 마지막 문제! 토비오쨩은 왜 오이카와상이 좋아하는 우유빵을 들고 오이카와상한테 전해주러 왔어요?
음...
.....? 그게 고민할 문제야?
아니...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보셔서....
....뭐?
그야 당연히,
(순진)
오이카와상이 우유빵을 좋아하시니까요.
(울컥) 
?
(토비오쨩한테 우유빵 좋아한다는 말 같은 거 한 적 없다구!) 토비오쨩 진-짜 싫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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