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를 빌려가고 싶어. 가지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하루쯤은 괜찮지? 서브도 안 알려주는 치사한 놈 옆에 그만 붙어있고, 오늘은 선배랑 좀 놀아주는게 어때."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얼굴이 귀엽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배구공을 만지작거리며 오이카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 무작정 손을 잡고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연습을 해야한다고 투덜거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얌전한 모습에 도리어 이와이즈미가 당황해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에게 손을 내어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게야마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오이카와 선배가 저 보기 싫다고 그러셨어요?"


이와이즈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한 치도 예상 밖으로 흐르는 일이 없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많이 신경 쓴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데서까지 진심을 왜곡당하면 조금은 오기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
"너무 연습만 해도 머리가 굳는다고. 가끔은 기분 전환도 하고 그래야지."


예상외의 대답이라는 듯 다시 멍하니 저를 올려다보는 표정이 다시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카게야마한테 해로운 건 매일 괴롭히는 자신의 소꿉친구보다도 자꾸만 딴 마음이 드는 자신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이렇게 놓칠 순 없었다.


"오늘만 너 좀 빌려줘라, 카게야마."

가지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을테니까. 뒷 말은 속으로만 삼켰다. 뭐, 빌리는 걸 매일매일 하면 되겠지. 이와이즈미는 잡은 손을 조금 끌어당겨 카게야마를 제 옆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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