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운명의 상대는 어떻게 알아보나요?

실패와 실망과 좌절을 감수함으로써.]



비가 내리는 거리에 서 있었다. 내리는 비를 피하지도 않고 계속 맞아온 온 몸이 차갑게 식어갔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여기서 붙잡지 않으면 놓칠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돌아서는 오이카와의 소매자락을 간절히 붙잡았다.

"이거 놔야지, 토비오쨩."
 
버리고 떠나는 뒷모습이면서 목소리는 서러울정도로 다정했다. 놓으라고 했지만 그러지 말라는 말 같아서 오히려 옷이 구겨지도록 손에 쥐었다. 그럼에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등지고 걷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이렇게 오래 보는 게 처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헤어지는 거예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매정하게 떨쳐내려고 차가운 비를 혼자 다 맞게 내버려뒀으면서 툭 치면 떨어질 카게야마의 손을 내치지 못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눈을 감고도 그려낼 수 있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냥 카게야마의 모든 것들이 너무 익숙했다. 그래서, 더 이러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응. 지금, 여기서, 헤어지는거야."

카게야마는 몸을 움찔 떨었다. 어쩌면 토비오쨩과 오이카와씨는 운명이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어떻게 거기서 딱 우연히 만났겠어! 오이카와가 숨이 막힐 듯 카게야마를 끌어안고 했던 말이었다. 정말로 여기서 끝이라면 꼭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다.


"운명...이라고... 그랬잖아요."
"뭐?"
"오이카와 선배랑 저는 운명이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서로 사랑하게 됐다고."
"...알고 보니까 아니었던걸까나."
"이제 와서 아니었다고요?"

울음에 받친 고함소리가 들렸다. 카게야마로서는 이 모든 상황이 이해 되지 않는게 당연했다. 오이카와는 무엇인가를 참아내는 듯 눈을 꼭 감았다. 이기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진흙탕을 구르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오이카와는 간신히 카게야마의 손에서 자신의 옷자락을 떼어냈다. 토비오. 너는 내게 좌절도, 패배도, 실망도 전부 안겨주었지만 난 단 한번도 네가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우리 사이는 여기서 그만둬야 하는 거야. 

"바보 토비오쨩. 그 말을 믿었어?"

오이카와는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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